유튜브 만세

나는 유튜브가 없었다면 번역을 못했을 거다. 다양한 ‘cultural references’가 등장하는 책 작업 중에는 특히 유튜브가 내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때가 많다. ‘cultural references’란 이런 뜻이다.
ideas that relate to a specific culture; things that only someone who understands a specific culture could understand
(출처 : http://www.englishbaby.com/ )
구글링으로 찾았다. 직역하자면 ‘특정 문화와 관련된 개념, 특정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에서 1990년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고향의 맛’이라는 표현을 듣는다면 김혜자 씨가 맛깔나게 ‘그래, 이 맛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게 바로 ‘cultural reference’다. 특정 시대, 특정 문화권에 살았다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에 등장하는 내용을 차용하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등장하면 같은 문화를 공유한 독자가 보기에 글의 심상이 풍부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문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해를 막는 장애물이 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 같은 역자가 이런 장애물을 헤쳐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유튜브다. 검색만 조금 열심히 하면 광고, 드라마, TV쇼, 영화를 비롯해 게임 장면, 인터뷰 장면 등등 온갖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콘솔 워즈』 작업 중에도 역시 유튜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칼린스키가 본 리복 광고
닐슨이 떠올린 제스트(Zest)의 광고 음악
칼린스키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언급된 시트콤 주제곡
등등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그 외에도 꽤 많다.
게다가 『콘솔 워즈』는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실화 바탕의 작품이었기에 캐릭터 이해나 어조 설정에도 유튜브가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과 같은 칼린스키 인터뷰 영상이나
여장부 포스를 강렬하게 내뿜는 루스 핸들러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데 번역도 선택의 연속이다. 역자는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만들기 위해 이 단어와 저 단어, 이 어조와 저 어조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선택 장애의 기로에 선 역자에게 때로 치트키가 되어주는 유튜브,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