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오늘도 마음 튼튼하게 성장하기

평범한 개발자 A 씨의 평소 같은 하루를 한번 상상해보자. 지난밤 야근 때문에 피곤한 몸을 차마 일으키지 못하고 더듬더듬 휴대전화를 집어 들며 그의 하루는 시작된다. 간신히 지각을 면하고 출근하여 해결 못 한 문제를 다시 붙잡았지만 카페인으로도 맑아지지 않는 머리를 짜내어 나오는 아이디어는 자기가 봐도 썩 훌륭하진 않다. 회의에 끌려다니는 사이사이 여기저기서 오는 요청에 그럭저럭 대응하고 퇴근한 후에는 조금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시작할 기운이 없다. 쇼츠 몇 개만 보고 좀 쉬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야지 결심해보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자정이 훌쩍 넘었다. 왜 이러고 사는지 분명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할 텐데 눈이 스르륵 감기는 통에 오늘의 고민은 또 내일로 미뤄진다.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일상에 대한 죄책감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한때는 엘리트 개발자를 꿈꾸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이 책의 저자 피오다르 서재나베츠는 이처럼 제자리걸음 하는 일상이 전부 여러분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 여러분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는 전 세계 기업 시총 순위 상위권을 다투는 빅테크 기업들이 여러분의 주의력을 빼앗아서 수익화하려는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오롯이 집중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 것이 여러분 자신의 탓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여러분의 주의력을 훔치도록 설계된 요즘 세상에서 살아남을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제시한다. 우선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인간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여러분의 주의력을 독점하는지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분의 본능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주고 원래 여러분의 것이었던 주의력을 되찾아서 딥 워크하고 몰입 상태에 들어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습관을 활용하여 미루고 싶다는 욕구를 수월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러나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꾸준히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이고 발전하려는 내적 동기를 얻으려면 올바른 마인드셋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성장 마인드셋을 구축하고 자신의 핵심 신념을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한 몇 가지 방법도 다룬다.

이 책은 특히 개발자의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높이기 위해 즉시 적용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되 지나치게 깊이 이론을 파고들지 않고 개발자의 일상에서 바로 실천하기 적당한 깊이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제시한 전략을 실천할 때 경험할 수 있는 불편한 점이나 주의할 사항까지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저자가 직접 실천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똑똑하게 적용할 방법도 함께 고민한다. 덕분에 저자가 몇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 설명한 다양한 기법은 개발자의 개발 외적인 업무, 그리고 개발자가 아닌 다른 직업, 특히 몰입이 필요한 지식 노동을 하는 직군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이 책의 내용을 번역 작업에 도입해 본 나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단순히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하나씩 실제로 실천해보며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예컨대 소셜 미디어를 디톡스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장을 읽을 때는 직접 디지털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라. 에코 체임버를 활용할 방법을 소개하는 장에서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들어가 있던 나쁜 에코 체임버는 없는지, 적극적으로 가입해야 할 좋은 에코 체임버는 어디일지 점검해보라. 지적확인 환호응답을 자신의 일터에서 실천할 방법은 없을지, 뽀모도로를 실천할 때 업무 효율이 진짜 올라가는지도 몸소 경험해보라.

분야를 막론하고 생존에 대한 고민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변화가 빠르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는 개발자 여러분이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을 통해 건네준 신상 도구 상자를 활용해 개발자로서 더욱 만족스러운 경력을 쌓고 자신의 경력을 훨씬 더 즐겁게 꾸려 나가길 응원한다.

이미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