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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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교과서

UX 디자인 서적을 여러 권 번역하면서, 언뜻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번역 작업과 UX 디자인이 의외로 닮아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번역이 매끄러우면 독자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눈에 띄고 거슬린다. UX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어진 경험은 사용자의 눈에 띄지 않지만, 불편하거나 삐걱거리는 지점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흔히 경험하는 예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넷플릭스에서는 UX를 의식해본 적이 없다. 기대대로 잘 동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서비스에서는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오롯이 콘텐츠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도널드 노먼이 말했듯이 “좋은 디자인은 우리의 요구를 너무 잘 충족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오히려 일상에 스며든다.

결국 UX 디자인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차이를 이해하고 다루는 작업이다. 하지만 막상 UX 디자인을 배우고자 하면, 그 세계가 너무 방대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과정을 따라야 할지도 막막하다. 이 책의 저자 앤서니 콘타는 이렇게 혼란을 느끼는 독자를 위해 지도를 펼쳐보인다. 그는 디자인 싱킹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복잡한 UX 디자인을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명확한 단계로 정리한다.

책의 전개는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를 충실히 따른다. 사용자의 욕구와 좌절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한 뒤, 아이디어를 발산해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어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실제 사용자와 테스트하고, 제품으로 구현한다. 이 과정은 예술적 직관과 과학적 방법론이 서로 보완하며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 인터뷰, 설문, 어피니티 매핑 같은 조사 기법부터 브레인스토밍, 스케치, 마인드맵과 같은 아이디어 발산 기법까지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을 상세히 다룬다. 독자는 각 장에 제시된 연습 문제를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실습 결과물을 포트폴리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 책은 이론서로만 머무르거나, 반대로 실무 팁 전달에만 치우친 기존의 UX 관련 서적과 다르다. 교과서처럼 체계적이면서도 현장의 현실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 추상적인 개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 동시에,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듯한 실습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UX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나 새로운 커리어를 고민하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바쁘게 일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UX 디자이너에게도 든든한 지침이 될 것이다.

제품 성공의 무게 중심이 기술에서 경험으로 옮겨간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자리 잡은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당연해진 원칙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유지하느냐다. 이 책은 단순히 방법론을 나열하는 입문서가 아니다. UX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법과 디자인하는 법을 함께 다루며, 독자가 실제로 ‘사고’와 ‘실행’을 동시에 체득하도록 안내한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이 전하는 원칙과 도구를 토대로 자신만의 디자인 여정을 더욱 단단하게 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