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커리어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사이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근래에 와서는 한풀 꺾인 듯 보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개발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다 못해 ‘개발자 평균 연봉 1억 시대’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청소년 희망 직업 순위에서 컴퓨터 공학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순위가 한해가 다르게 상위로 올라서는가 하면, 수년 내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단기간 내에 취업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코딩 부트캠프를 비롯한 코딩 교육기관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야말로 개발자가 각광 받는 세상이다.
이러한 시류에 발맞춰 꾸준히 늘어나는 개발자 지망생을 위해 개발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될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시중에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개발자가 된 이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책은 그에 비해 드문 편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직 IT 업계의 실상을 경험하지 못한 지망생은 물론이고, 이미 개발자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이들조차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연차에 맞는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연차만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울 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본서의 저자는 이십여 년 IT 업계에 종사하며 최고의 개발자와 평범한 개발자를 가르는 핵심이 오히려 ‘소프트 스킬’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 연차가 차면 업무에 필요한 하드 스킬의 수준은 대체로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갖추는 데 반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프트 스킬’을 겸비한 이들이 ‘성공’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성공이란 ‘다른 사람이 정의한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한 경주에 등 떠밀리듯 휘말려 어영부영 앞으로 나가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는 잠시 멈춰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정의하라고 권한다. 이렇게 원하는 인생을 정의하는 행위는 자기 인생을 이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과 같고, 성공은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자신을 데려다줄 운송 수단을 만드는 부품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의 집합으로 보아야 한다. 성공을 이렇게 정의하면 무턱대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무한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경력을 자기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서 제목은 ‘Own Your Tech Career’, 즉 ‘자신의 기술 경력은 자신이 소유하라’이다.
저자는 이러한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개발자로 일해 온 오랜 세월 동안 깨우친 ‘소프트 스킬’을 총망라하여 본서에 소개한다. 누구에게나 개인 브랜드가 존재하는 시대에 자신의 브랜드를 조금 더 똑똑하게 관리하는 법, 일자리를 얻는 데 실질적으로 가장 큰 뒷받침이 되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가꾸는 법,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기술 중에 자신에게 가장 보탬이 될 기술을 선별하고 학습하는 법, 전문가다운 태도의 바탕이 되는 기본 원칙, 시간을 관리하고 원격 근무에 대처하는 법, 조직 내에서 맡은 역할에 맞게 다른 구성원들과 현명하게 협력하고 소통하는 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주제를 다룸에 있어 단순히 이론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가 직접 겪은 사례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중니어‘ 개발자라는 말이 있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주니어 개발자와 시니어 개발자 사이의 애매한 단계를 말할 때 사용한다. 이 말이 적잖이 사용되는 건, 개발자로 취업하고 경력 몇 년쯤 쌓은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경력에 관해 고민하고 때론 헤매기도 한디는 방증일 것이다. 그 고민의 과정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가이드가 필요한 초심자든, 아니면 지금껏 온 길을 한 번쯤 재정비하고 싶은 베테랑이든 저자의 안내에 따라 인생과 성공을 정의하고, 일터에서 갖춰야 할 소프트 스킬을 점검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는 개발자로, 매일 학습하는 사람으로 발전하는 기회로 삼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