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스킬

경력(經歷)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겪어 지내 온 여러 가지 일”이다. 단순히 과거에 겪은 일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이 말 뒤에 다른 단어가 한 몸처럼 따라다닌다. 개발. 경력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껏 걸어왔던 길이 앞으로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이 원칙은 개발자라고 예외일 수 없다. 과거 어느 회사에서 일했는지, 어느 프로젝트에서 누구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이 모든 것이 개발자의 미래를 결정한다. 경력이라는 꼬리표는 심지어 창업해도 따라다닌다. 스타트업 홍보 문구에서 모 기업 출신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존 손메즈는 사실 전작 『소프트 스킬』에서도 경력 개발에 관해 일부 다룬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서 전 세계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경력 개발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은 게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주변 개발자들 역시 블로그나 메일을 통해 종종 경력 개발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xx세인데 개발자가 되기엔 늦지 않았을까요?” “xx 분야의 개발자가 되고 싶은데 무엇을 공부하면 될까요?” 부터 가끔은 “멘토가 되어 줄 수 있을까요?” 같은 요청도 받는다고 한다. 내용은 조금 다를지언정 존 손메즈가 받은 질문의 내용, 그리고 이 책이 다루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신작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문하여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 지식을 쌓고 경력을 관리하여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하는 방법을 50여 개의 소주제로 상세히 나누어 소개한다. 사실 정보를 세분화하여 소개한다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훑어보며 각 주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저자의 안내를 한 걸음씩 따라가다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독자는 업계 입문을 위한 걸음마를 뗄 방법을, 업계 종사자는 타성을 벗어나 본인의 경력을 진일보할 방법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막다른 길이라 여겨질 만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극복한 경험담도 들려준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그가 한 행동을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벗어난 방법으로 난관을 극복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얻는 독자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본문에 미국과 한국 간의 실정 차이로 인해 그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 저돌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가감 없이 던지는 저자의 의견에 고개가 갸웃하는 부분도 등장할 수 있다. 그 대신 저자는 본인을 포함한 그 누구도 100% 옳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니 누구의 말이든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라는 조언도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한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자의 본분이듯이 책의 내용을 본인의 상황에 맞게 분별 있게 응용하고 실천하는 것을 독자의 몫으로 보고 그러한 부분을 새로운 사고와 성찰로 이어지는 출발점으로 삼길 기대해본다.